지금은 2022년 1월 31일. 무려 한 달이나 지났지만, 이 게으름뱅이는 2021년 겨울을 기록해본다. 나는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못하는 편인데, 그래서 일기도 보통 몰아서 쓰는 편이다. 1년 동안 들춰보지 않은 적도 있어서, 1년 간 있었던 소식을 압축해서 하루 만에 적은 적도 있다.(나도 참 징글징글) 블로그엔 분기별로 글을 남겼었는데,
2020년 봄
2020년 여름
2020년 가을
2020년 겨울
2021년 봄
2021년 여름
2021년 가을
2021년 겨울
중간이 싹 사라졌다. 21년 가을은 인턴과 번역일로 바빴고, 21년 겨울과 22년 봄은 임신으로 무기력증이 최고치에 도달했던 것 같다. 21년 여름은 출산으로 인생 2막이 시작됐다. 바쁜 와중에도 블로그에 남겨둘걸, 돌아보고 나니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늦었지만 2021년 겨울을 남겨보려고 한다.
2021년 여름 출산을 하고 2021년 가을, 겨울은 신생아 케어에 내 전부를 것을 갈아 넣었다. 우리 아가는 순한 기질을 갖고 태어났지만, 그래도 신생아는 신생아다.
보통 백일의 기적이라고들 하지. 백일까지는 정말 힘들다. 새벽마다 2~3시간씩 깨서 새벽 수유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전엔 잠이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내 의지로 깨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피곤하게 느껴진다. 잠깐이라도 피로를 풀지 않으면 우울해진다. 그래서 잘 수 있을 때 많이 자야 한다.
백일이 조금 지나면 슬슬 통잠을 자기 시작한다. 추억은 미화된다고 하지 않던가? 새벽 수유가 없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육아 좀 할만한데? 다른 일도 좀 해볼까?
라는 단단한 착각에 빠지게된다. 이맘때는 수유 패턴이 잡히기 때문에 아기가 잠든 중간중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개인적인 일도 있었고. 실제로 여러 가지 일에 지원했지만, 결과적으로 시작하진 못했다. 왜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식 굴레에 빠졌기 때문이다.
가만히 누워만 있던 신생아 시절과 다르게, 몸도 마음도 큰 아기는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나의 계획은 얼마 가지 못해 산산조각 났다.
여전히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는 내 자아와 아기 엄마로서의 역할이 충돌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아이 때문에 생기는 제약에 우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나를 전부라고 여기는 아기와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마음을 다잡을 때마다 떠올리는 단 한 가지는, 절대로 누구 탓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실제로 누구의 탓도 아니고 모든 것은 내 선택으로 비롯된 것이다.
2021년 겨울, 내 일상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나는 묵묵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다. 완벽하진 않아도 최선을 다해서. 가끔 사진첩을 보면서 우리 아기가 이렇게 작았었나? 싶을 때가 있다. 머리 위로 한뼘이나 있던 역방쿠, 바운서, 목욕 대야 등등 이제는 작아서 쓸 수가 없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아기처럼 나도 속도는 느리지만 옳은 방향으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2021년 겨울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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