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퇴사한 직장인
코로나에 퇴사한 직장인
2020년 3월, 5년 간 다녔던 회사를 퇴사했다. 개인적인 이유로 결정한 퇴사였지만, 때마침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등 떠밀리듯 코로나와 함께 퇴사했다. 그 누구도 경험해본 적 없는 코시국 상황인지라 퇴사 과정 또한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만들어주었다. 퇴사 예정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회사에는 재택 권고가 내려왔고, 나는 단 네 시간 만에 모든 퇴사준비를 마쳐야 했다. 그 전주부터 조금씩 짐을 정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리해야 할 짐과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해치운 퇴사
일단 퇴사를 하려면 부장님, 국장님, 전무님의 결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다음 유관부서인 재무팀, 회계팀, 총무팀에 각종 카드 및 물품을 반납하고 IT팀에 노트북을 제출한다. 마지막으로 인사팀과 형식적인 면담을 마친 뒤 우리 부서로 돌아와 정들었던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누면 퇴사 끝. 쓰고 보니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한 겨울에 비지 같은 땀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 때문에 팀 송별회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 당시 내가 사람들과 나눴던 인사는
코로나 끝나면 술마시러 가요
였다. 그렇게 나는 일 년이 넘도록 약속을 못 지키고 있다. 코로나가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당신은 모르실거야
재택 탓에 회사에 갈 필요는 없지만, 공식적인 퇴사일은 3일이나 남았다. 간간히 인수인계 관련 문의를 해결하느라 개인 컴퓨터를 붙잡고 있어야 했다. 퇴사한다고 생각하니 의미 없는 회사 메신저 대화 조차 소중하게 느껴졌다. 퇴사 당일은 더욱 가관이었다. 5년 간의 회사 생활을 진짜 마무리하는 순간. 나 홀로 방 안에 틀어박혀 마지막을 맞이하다니. 주목받는 걸 싫어하는 성격 탓에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퇴근 몇 시간 전 그동안 감사했던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분명 메신저로는 시덥지 않은 농담과 ㅋㅋㅋㅋㅋ을 남발하고 있는데, 왜 내 눈에선 눈물이 나는지. 회사 사람들은 몰랐을 거다. 난 방구석에서 이렇게 울고 있었다.
그래서 왜 퇴사했는데?
그래서 내가 왜 퇴사했냐면,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결혼을 하고 주말부부 생활을 일 년 간 지속하다 이제는 자유부인 생활을 청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퇴사를 결정했다. 코로나와 전혀 관계가 없어 허무하실지도. 평생을 서울 한복판에서 살았던 내가 남편을 따라 지방으로 가는 건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